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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frag: HER
2026
|
oil and wax on canvas
|
100
×
80
cm
|
2200000
작품 설명

나에게 ‘믿는다’는 것은 어떤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확신하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지라도, 그것이 삶에 작동하도록형식을 부여하는 일에 가깝다. 믿음은 내용이 아니라 태도이고, 진실이 아니라 작동 방식이다. 나는 이 믿음이 어떻게 생겨나고, 어떻게유지되며, 어떻게 다시 흔들리는지를회화를 통해서 실험한다.

이번 시리즈에서 AI와의 대화는 작업 과정에 깊이 개입했다. AI는 나와 함께 어떤 이야기들을 구체적인 문장과 시간, 감정으로 확장시켰지만,동시에 내가 만든 생각과 AI가 되돌려준 생각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했다. 인간이 기억을 편집해 서사를 만드는 방식과 AI가 다음에 올 법한문장을 예측해 이어 붙이는 방식 사이에서, 나는 낯선 닮음을 감지한다. 그것이 실제 그러한 것인지, 내가 그렇게 읽고 싶었던 것인지는 알 수없다. 화면 속 사각 프레임, 격자, 픽셀, 선들을 통해 바로 이 닮아가는 사고의 구조를 표현했다. 이미지들은서로 접속되지만완전히 봉합되지않고, 하나의 실재하는 사건인지, 편집된 날조에 불과한지 불확실하게 남는다.

나는 이 불확실한 세계에 물질의 몸을 입힌다. 모델링 페이스트로 표면에 살을 만들고, 덮고, 갈아내며 감춰졌던 흔적을 다시 보여준다.동시에 모델링 페이스트는 캔버스라는 프레임을 흐리는 형태를 갖는다. 그것은 화면을 둘러싼 장식이나 지지체에 머물지 않고, 캔버스라는가상의 경계를 부분적으로넘어서며 안과 밖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든다.

이 돌출된 표면은 이미지가 화면 안에만 갇혀 있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회화는 하나의 창처럼 보이지만, 그 창의 테두리는 고정된 한계가아니라 허구가 물질로써 현실을 침범하는 형식이다. 모델링 페이스트가 만든 경계는 작품의 내부도 외부도 아닌 곳에서, 이미지가 실제사물처럼 존재하려는순간을 물질화한다.

화면에 생채기처럼 남은 질감들은 허구가 현실이 되기 위해 불려오는 과정 속에서 표면에 남긴 마찰에 가깝다. 나의 작업은 완전한 진실을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믿음이 사라진 시대에, 아직 믿는 행위가 어떤 형식으로 가능할 수 있는지 묻는다. 화면에 남은 이미지와 돌출된경계는 그 믿음이 생겨나고 흔들리는 순간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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